불알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 밥집이 실망스러우면 진짜 아쉽다. 후보가 몇 개 올라오다가 서촌 깜온으로 결론 났다.
서촌, 지하1층. 베트남 음식점.
잘 골랐다.

▲ 서촌 깜온 골목 입구 — K pho와 cảm ơn 간판
계단 내려가면 현지다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계단 내려가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 계단 내려가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비치 파라솔이 실내에 서 있고, 라탄 모자 모양 전등이 매달려 있고, 베트남 국기도 걸려 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깔려 있고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깔끔하다기보다는 켜켜이 쌓인 느낌인데, 오픈된 주방이 한가운데 있어서 오히려 자신감 있어 보였다. 관광용으로 사진 포인트 하나만 꾸며놓은 곳이 아니라 공간 전체가 그 분위기다.

▲ 깜온 내부 전경 — 공간 전체가 그 분위기다

▲ 덩굴 장식과 펜던트 조명, 켜켜이 쌓인 느낌
가게 벽에는 birthday 현수막이 걸려 있고 포스트잇 축하 메시지가 빼곡했다.

▲ 서촌 Birthday 현수막 — 10주년을 축하하는 공간

▲ 포스트잇 축하 메시지가 빼곡했다
10주년이 얼마 전이었다고 한다. 사장님이 리츠칼튼 오너셰프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먹으면서 기본이 탄탄하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었다.

▲ 10년 동안 정성 — 주방 배너

▲ 리츠칼튼 오너셰프 출신 — 기본이 탄탄하다는 느낌
테이블 간격도 넉넉했다. 좌석이 많은 편이라 일행이 있어도 답답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밥 먹는 느낌이라고 하면 딱 맞는다.
지하라는 게 여름엔 장점이다. 나올 때는 딱히 더위 때문에 지친 기억이 없었다. 서촌 골목 더위 맞고 내려오면 에어컨 빵빵하고 선풍기까지 따로 돌고 있어서 확 시원해진다.
오만가지 시켰는데 다 됐다
쌀국수, 짜조, 반세오, 치킨봉, 곱창전골. 메뉴판 절반을 털었다.
여기를 자주 오게 되는 건 이유가 있다. 쌀국수 육수가 생각보다 깊다. 한 모금 마셨을 때 "이게 맞지" 싶은 그 순간이 있는데, 여기 쌀국수가 딱 그 타입이다. 양도 넉넉해서 따로 뭔가 시킬 생각이 안 든다.

▲ 서촌 깜온 쌀국수 — 맑은 육수와 소고기 슬라이스
볶음쌀국수는 팟타이 같으면서 다르다. 이 집만의 향이 있는데 딱 뭐라 설명이 안 된다. 그냥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족발은 베트남식으로 나온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익혀서 고수와 양파를 얹어 주는데, 기대 안 하고 시켰다가 생각보다 자꾸 집게 된다.

▲ 베트남식 족발 — 담백하게 익혀 고수와 양파를 얹어
반세오는 쌀가루 반죽을 얇게 구워 새우, 고기, 숙주를 넣고 반으로 접어 나온다. 겉은 바삭, 안은 촉촉하고, 싸 먹는 채소랑 같이 들어가면 한 입에 여러 식감이 같이 온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한테도 잘 맞는 메뉴다.

▲ 반세오 — 겉은 바삭, 안은 꽉 찬

▲ 채소에 싸서 한 입
치킨봉은 닭다리를 통째로 튀겨 나오는데 껍질이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입혀져 있다. 고기는 속까지 촉촉하고 간도 적당히 베어있어 안주로도, 메인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 치킨봉 — 껍질까지 바삭한 닭다리 통구이
짜조는 기름이 겉돌지 않는다. 속에 고기와 채소가 꽉 차 있고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껍질과 속 재료가 같이 터진다. 베트남에서 먹는 맛이 이렇겠다 싶다.

▲ 짜조 — 속까지 바삭한 베트남 스프링롤
가격대는 대부분 2만원 미만. 곱창전골·수육·일부 세트 메뉴는 그 이상이지만, 단품 대부분은 2만원 안에서 해결된다.
주류도 넓다. 태국, 싱가폴, 베트남 맥주를 비롯해 소주에 막걸리까지 있다. 코코넛음료도 팔고. 한참 마시다 보면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리는 타이밍이 온다.

▲ 하노이, 태국, 싱가폴 맥주까지 — 주류 선택지가 넓다

▲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리는 타이밍

▲ 생 코코넛 음료
곱창전골 육수에 술이 깼다
베트남 식당에서 곱창전골을 이렇게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시켰다.
육수가 깊었다. 색이 진하고, 첫 한 숟가락에 향이 확 올라오는 타입이다. 술 마시는 중에 술이 깨는 감각 — 위장이 먼저 깨어나는 느낌. 한 잔 들이키고 한 숟가락 뜨면 몸이 잠깐 돌아온다. 그걸 반복하면서 어느 새 전골이 비어간다.

▲ 깜온 곱창전골 — 술 마시다 술이 깨는 육수
예전에 관악구 왕십리곱창에서 오픈런까지 해서 먹은 적 있는데, 그쪽은 불 앞에서 직접 굽는 맛이다. 깜온 곱창전골은 육수가 기억에 남는 타입. 어느 쪽이 낫냐가 아니라 뭘 원하느냐의 차이인데, 그날은 이쪽이 맞았다.

▲ 육수가 기억에 남는 타입이다
베트남 음식 먹으러 왔다가 곱창전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 집.
총평
한 메뉴만 잘하는 집은 많다. 여러 메뉴가 고르게 다 괜찮은 집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깜온은 그쪽이다. 서촌 쪽 갈 일 있으면 먼저 떠오르는 집이 됐다.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취한 거지 뭐.
곱창전골 육수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또 온다.
기본 정보
| 깜온 (Cảm ơn) | |
|---|---|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길 18 지하1층 |
| 가는 법 | 경복궁역 4번 출구 |
| 영업시간 | 10:30 ~ 21:00 · 브레이크타임 15:00 ~ 16:00 · 라스트오더 20:00 |
| 가격대 | 대부분 2만원 미만 (곱창전골·수육·세트 제외) |
| 주차 | 주차 불가 ·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
| 휴무 | 연중무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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