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에 샀다. 잉크 충전형 프린터라 주문하면서 추가 잉크도 같이 넣었다. 이제서야 그 추가 잉크까지 다 썼다. 7년.
중간에 정품 잉크가 비싸다 싶어서 잉크맨 호환 잉크로 갈아탔는데, 품질 차이는 솔직히 못 느꼈다. 사진 뽑고, 아이 과제 출력하고, 그렇게 평화로운 출력 생활이었다.
근데 갑자기.
"잉크패드 수명이 다했습니다."
잉크는 멀쩡한데 프린터가 인쇄를 거부했다. 황당했다.
알고 보니 잉크 잔량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였다. 엡손은 잉크패드 포화도를 카운터로 관리하는데, 숫자가 한계치에 도달하면 실제 상태와 무관하게 프린터를 잠가버린다. 멀쩡한 잉크 다 있는데 못 쓰는 상황.
처음엔 당연히 서비스센터 가야겠다 싶었다. 비용 알아보다가 호환 부품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초기화 소프트웨어 키를 따로 판다는 것도. 숫자 하나 0으로 바꾸는 데 만 원이 넘는다.
좀 너무한데? 그래서 시작했다.
엡손 잉크패드가 뭔가
프린터 헤드 클리닝 시 배출되는 폐잉크를 흡수하는 스펀지다. L3106은 본체 하단에 내장되어 있고, 오래 쓰면 실제로 포화된다. 교체 주기는 사용 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 ~ 10년.
문제는 엡손이 실제 포화 여부가 아니라 카운터 수치로 수명을 판단한다는 거다. 물리적으로 멀쩡해도 카운터가 꽉 차면 인쇄 불가. 물리 교체를 해도 카운터를 초기화하지 않으면 똑같이 막힌다. 카운터만 리셋해도 안 되고, 패드만 갈아도 안 된다.
L3106 잉크패드 — 해결 방법 찾다가 막힌 벽 세 개
리셋 방법부터 찾았다. 여기서 첫 번째 벽을 만났다.
벽 1 — 엡손 공식 툴: Windows 전용
엡손 공식 리셋 툴인 Adjustment Program은 .exe다. Mac에서는 실행 자체가 안 된다. 그나마도 유료.
벽 2 — WIC Reset Utility(iWIC): 무료는 반쪽짜리
Mac 버전이 있고 L3106도 지원한다. 근데 무료 Trial 키로는 80%까지만 리셋 가능하고, 완전 초기화는 리셋 1회에 $9.99. 숫자 하나 0으로 바꾸는 데 만 원 넘게 받는 구조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더 찾아봤다.
벽 3 — epson_print_conf: Wi-Fi 전용
GitHub에서 찾은 Python 기반 오픈소스. Mac 포함 모든 OS를 지원하고 L3106도 지원 목록에 있었다. 동작 방식이 Wi-Fi SNMP였다. L3106은 USB 전용 모델이라 해당 없음. 막혔다.
계속 뒤지다가 reinkpy-fix를 발견했다. 원본 reinkpy 프로젝트의 fork인데, 지원 모델 목록(epson.toml)에 L3106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USB 연결도 지원한다. 무료, 오픈소스, Mac 가능, USB 가능, L3106 지원.
조건이 다 맞았다.
L3106 잉크패드 물리 교체 먼저
소프트웨어 리셋 전에 물리 교체를 먼저 한다. 카운터가 초기화돼도 패드가 포화 상태면 의미 없다.

뒷면 덮개 나사 풀고, 딸깍 열고, 잉크패드 나사 풀고, 교체하고, 역순으로 하면 된다. 간단하다.

패널을 열면 파란색 잉크패드 탱크가 바로 보인다.

나사를 풀고 탱크를 꺼내면 내부 구조가 드러난다.

꺼낸 구형 패드. 몇 년치 폐잉크가 다 담겨 있다.

신구 비교. 이 사진이 제일 직관적이다.

호환 잉크패드는 쿠팡에서 L3106 규격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엡손 L3106 호환 잉크패드
새 패드를 꺼내서 슬롯에 맞춰 넣으면 된다.

슬롯이 두 개다. 하나씩 끼우면 된다.

조립은 역순. 나사 조이고 덮개 닫으면 물리 교체 완료다.
소프트웨어 카운터 리셋 — reinkpy-fix
물리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카운터가 한계치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어서, 초기화를 따로 해줘야 한다.
1단계 — 코드 클론
git clone https://github.com/LeFZdev/reinkpy-fix
cd reinkpy-fix2단계 — libusb 설치
USB 통신에 필요한 라이브러리다.
brew install libusb3단계 — 가상환경 + 의존성 설치
python3 -m venv venv
venv/bin/pip install pyusb pysnmp zeroconf
venv/bin/pip install -e .4단계 — 코드 버그 수정 (이 단계가 핵심)
설치 후 바로 실행하면 import 오류가 난다. reinkpy/__init__.py 파일에서 from usb import UsbIO를 검색하면 두 줄이 나온다. 둘 다 수정한다.
# 수정 전
from usb import UsbIO
# 수정 후
from .usbtest import UsbIOusb.py가 usbtest.py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__init__.py 임포트가 업데이트 안 된 버그다. 이걸 안 고치면 다음 단계에서 계속 오류가 난다.
5단계 — main.py를 USB 방식으로 교체
reinkpy/main.py 파일 전체를 아래 내용으로 교체한다.
import reinkpy
printer = reinkpy.Device.from_usb(manufacturer='EPSON')
driver = printer.epson
if not driver.spec.model:
driver.configure("L3106")
print("연결된 프린터:", printer)
print("모델:", driver.spec.model)
driver.reset_waste()
print("잉크패드 카운터 초기화 완료")6단계 — 실행
sudo venv/bin/python3 reinkpy/main.py
마지막 줄에 잉크패드 카운터 초기화 완료가 출력되면 성공이다.
reinkpy-fix 헤매기 쉬운 포인트
USB 연결 상태 확인 필수
프린터가 꺼져 있거나 케이블이 빠져 있으면 Device.from_usb()가 장치를 못 찾는다. 실행 전에 프린터 전원 켜고 USB 연결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sudo 없이 실행하면 권한 오류USBError: [Errno 13] Access denied가 뜨면 sudo 없이 실행한 것이다. 반드시 sudo와 함께 실행한다.
import 오류가 계속 나면
4단계 수정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한다. from usb import UsbIO가 남아 있으면 오류가 사라지지 않는다.
시스템 python3가 아닌 venv 기준으로 실행python3 reinkpy/main.py가 아니라 venv/bin/python3 reinkpy/main.py다. 의존성이 venv 안에 설치되어 있어서 시스템 python3으로 실행하면 모듈을 못 찾는다.
FAQ
Q. 물리 교체 없이 카운터 리셋만 해도 되나요?
패드가 실제로 포화 상태라면 리셋만 해도 결국 잉크가 넘친다. 패드 상태를 확인하고 포화돼 있으면 교체하는 게 맞다. 아직 여유가 있다면 리셋만으로 한 번 더 쓸 수 있다.
Q. Mac 말고 Windows나 Linux에서도 reinkpy-fix가 동작하나요?pyusb는 크로스 플랫폼 라이브러리라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OS별로 USB 드라이버 설정이 다를 수 있어서, 동일한 방법이 그대로 통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Q. 리셋 후 얼마나 더 쓸 수 있나요?
사용 패턴에 따라 다르다. 헤드 클리닝을 자주 하면 카운터가 빨리 차고, 클리닝을 최소화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 정확한 수명은 알 수 없다.
Q. reinkpy-fix 외에 Mac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나요?
이 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Mac + USB + L3106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무료 툴은 reinkpy-fix가 유일하게 찾아낸 방법이다. Wi-Fi 환경이 있다면 epson_print_conf도 후보가 되지만 L3106은 USB 전용이라 적용이 어렵다.
Q. L3106 말고 다른 엡손 모델도 이 방법으로 할 수 있나요?
reinkpy-fix의 지원 목록(epson.toml)을 직접 확인했다. L3106과 같은 설정 그룹에 묶인 모델들은 코드를 그대로 써도 된다.
소프트웨어 리셋(reinkpy-fix)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모델:
L3100, L3101, L3104, L3105, L3107, L3108, L3109, L3110, L3111, L3114, L3115, L3116, L3117, L3118, L3119, L3150, L3151, L3152, L3153, L3156, L3158, L3160, L3161, L3163, L3165, L3166, L3168, L1110, L1118, L1119, L5190, L5196, L5198
북미·유럽 판매 모델(EcoTank/ET 시리즈)도 같은 그룹이다: ET-1110
1118, ET-2710
2728, ET-4700.
물리 교체 방법은 모델마다 다를 수 있다. L3100~L3119는 L3106과 같은 세대·같은 섀시라 거의 동일하다. L3150 이후는 Wi-Fi 모듈이 추가됐지만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L1110이나 L5190 계열은 폼팩터 자체가 달라서 분해 구조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잉크패드 부품값 몇천 원, 소프트웨어 비용 0원. 멀쩡한 프린터를 버리지 않고 살렸다. 엡손이 카운터로 강제 수명 제한을 걸어두는 방식은 여전히 얄밉지만, 공짜 코드가 이겼다.
비슷한 Mac 트러블슈팅 경험이 있다면 맥 외장하드 느림 해결 — Spotlight 인덱싱 제거와 디스크 유틸리티 검사 순서도 참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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