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제주도 가고 싶어."
딸내미가 툭 던진 말 한마디로 올여름 계획이 바뀌었다. 비행기 알아보던 탭을 닫고 카페리 예매 사이트를 열었다.
자전거도 가져가고 싶었다. 제주 한 바퀴 돌려면 차도 있어야 하고. 그러면 어차피 배밖에 답이 없기는 했다. 딸내미 핑계였지만 솔직히 나도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7박 8일, 여름 휴가로는 오랜만이다.

항로는 세 가지, 실제로는 두 가지
서울에서 배로 제주도 들어가는 방법은 완도, 목포, 그리고 인천이 있다. 근데 인천 출발은 사실 지금 배편 자체가 없다. 선택지가 아니라 없는 루트다.
남은 건 완도냐 목포냐인데, 차이는 단순하다. 차를 좀 더 타고 배를 덜 타느냐, 차를 좀 덜 타고 배를 더 타느냐.
완도는 소요시간 2시간 40분, 목포는 4시간 30분. 숫자로 보면 완도가 훨씬 짧다.
지난번에 완도에서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빠른 배가 점검 중이라서 느린 배만 있었다. 4시간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배가 길어지면 은근히 지루하다. 아이랑 같이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이번엔 고민 없이 완도.
골드스텔라 vs 실버클라우드
완도 출발 제주 항로는 한일익스프레스가 운항한다. 배가 두 종류인데, 골드스텔라와 실버클라우드다.
결정적인 차이는 출발 시간이다.
골드스텔라는 완도에서 새벽에 출발하고, 제주에서 오전에 출발한다. 실버클라우드는 완도에서 오전에 출발하고, 제주에서 오후에 출발한다.
우리한테 맞는 시간대는 실버클라우드였다. 가는 날 완도에서 9:20 출발, 오는 날 제주에서 16:00 출발. 새벽 2시 반에 완도까지 내려가는 건 좀 빡세다.

요금 —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가격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사람은 3등객실 기준 성인 39,700원, 어린이 22,550원. 근데 이게 기본요금이 전부가 아니다. 기본요금(32,800원)에 유류할증료(5,400원)와 터미널이용료(1,500원)가 따로 붙어서 저 금액이 나온다. 유류할증료는 사람한테만 붙고 차에는 없다. 유류 시황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예매 화면 최종 금액 기준으로 확인하면 된다. 차량은 차종에 따라 다르다. 홈페이지 예매 화면에서 차종을 직접 선택하면 금액이 바로 나오니 견적은 그걸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중형 세단 기준 약 12 ~ 15만 원, 카니발·대형 SUV는 그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처음 보면 "어, 의외로 싸네" 싶은데, 왕복으로 계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는 성인 2명, 아이 1명, 차 1대로 왕복 약 50만 원 나왔다.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아서 놀랐는데, 기억을 헤집어보니 지난번에 탔을 때도 딱 그만큼 놀랐었다.
배를 탄다는 특수성에 비용을 얹어서 생각하면 그러려니 싶긴 한데, 처음엔 살짝 당황스럽다.

전기차라면 하나 더 챙겨야 할 게 있다. 충전율 50% 미만만 선적 가능하고, 초과하면 선적 거부다. 출발 전날 확인해두는 항목.
객실 선택 — 고시원 창문 유무 논쟁
객실 선택 화면에 들어가면 등급이 여러 개 나온다. 실버클라우드 기준으로 특등실(2인실), 1등실(4인실), 2등의자, 2등객실, 3등객실 다섯 가지다.

등급을 고르면 호수(객실 번호)까지 직접 지정할 수 있다. 배 도면이 나오고 잔여석이 표시된다.

2등객실이 어떻냐면, 창문 있는 고시원 방 느낌이다. 창문이 있냐 없냐의 차이인데, 과연 배에서 창문이 얼마나 중요한가 싶었다. 갑판 나가서 바다 구경하고 놀면 어차피 객실에 붙어있을 일이 별로 없다. 시간도 2시간 40분밖에 안 된다. 별 고민 없이 3등객실로 예매했다.
예매 방법 — 한일익스프레스 홈페이지
한 가지 먼저. 여름 성수기는 여객 자리보다 차량 선적이 훨씬 빨리 마감된다. 사람 자리는 남아도 내 차가 못 실리는 상황이 생긴다. 7 ~ 8월 주말이나 연휴라면 최소 한 달 전, 여유 있으면 더 일찍 잡는 게 낫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출발은 한 달 뒤인데 예매는 진즉에 끝났다.
순서대로 쓰면 이렇다.
- 한일익스프레스 홈페이지 방문
- 회원가입 시 5,000원 쿠폰을 준다. 먼저 가입하는 게 낫다.
- 일정, 인원, 차량 선택 후 배편 선택 화면으로 넘어간다.
- 골드스텔라(완도 새벽 출발·제주 오전 출발)와 실버클라우드(완도 오전 출발·제주 오후 출발) 중 선택.
- 객실 선택 화면에서 등급 고르고, 승객 정보와 차량 정보 입력.
- 요금 확인 후 카드 또는 가상계좌 입금으로 결제.
- 결제 완료 내역 확인.

어렵진 않다. 다만 배편을 선택하는 순간 20분 타이머가 돌기 시작한다. 그 안에 객실 선택, 승객 정보, 차량 정보, 쿠폰 적용, 결제까지 마쳐야 한다. 생각보다 빠듯하다. 차량 정보(차종, 번호판)는 미리 준비해두는 게 낫다.




예매 완료가 끝이 아니다. 터미널 도착 후 창구에서 온라인 예매 내역을 실물 승선권으로 교환해야 한다. 탑승자 전원 신분증 지참은 필수고, 미성년 자녀 동반이라면 가족관계증명서나 등본도 챙겨가면 안전하다.
차량 선적은 출발 1시간 30분 전까지 터미널에 도착해야 한다. 배 시간만 보고 맞춰 갔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있으니 여유 있게. 자전거를 별도 화물로 싣는다면 1대당 3,000원이 추가된다. 접이식이라 트렁크에 넣어가면 해당 없다.
취소가 필요하면: 출발 3일 전까지는 소액 수수료만 낸다. 2 ~ 1일 전부터 요금의 10%, 24시간 이내는 20%로 올라간다. 넉넉하게 잡고 일정이 바뀌면 빨리 취소하는 게 낫다.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숙소도 잡았다. 자전거도 챙길 거고, 제주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파주 120km 라이딩도 해봤으니까 제주 코스도 무리는 없을 거라 본다. (파주 자전거 라이딩 120km 후기에서 그때 얘기를 썼었는데, 그게 올봄이었으니까 이번 여름이 기대된다.)
완도는 강진 1박 2일 여행 때 지나쳤던 동네다. (강진 가족여행 후기가 있으니 참고.) 완도 터미널까지 내려가는 길도 그때 달렸던 남도 루트랑 겹친다.
한 달 뒤다. 실버클라우드 선내 시설을 보니 키즈룸에 오락실, 인형뽑기, 코인노래방, 피크닉존, 스타벅스까지 있다. 2시간 40분짜리 항해치고는 할 게 꽤 된다. 딸내미가 배에서 뭘 제일 좋아할지가 더 궁금하긴 하다.
'Map: 여행&맛집 > Map, Mainland: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진 반값 여행 신청 방법 - 사전신청부터 정산까지 직접 해본 후기 (0) | 2026.03.30 |
|---|---|
| 팔당 초계국수 본점, 면포도궁 방문 - 자전거로 40km 달려 먹는 맛이란 (1) | 2026.03.02 |
| 광명 소하동 아늑샵 - 광명동굴 근처 무인 소품샵 솔직후기 (1) | 2026.02.22 |
| 영흥도 당일치기 여행코스 - 설 연휴에 고양이역부터 십리포까지 (1) | 2026.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