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서 프랜차이즈 아닌 동네 카페를 탐방 중이다. 프랜차이즈는 어디서 시켜도 같은 맛. 안정적이지만 재미가 없다. 이번엔 봉천에 강아지가 있다는 2층 카페 hik0(히코)를 찾아갔다.
찾아가기 - hik0, 여기 카페가 있어?

알고 오지 않으면 그냥 지나친다. 1층은 카페 느낌이 전혀 없고 좁은 계단 입구만 있다. 번지수 1746-1. 그게 전부다.

바닥에 민트색 입간판이 하나. coffee, book, sandwich, whiskey. 그리고 "Yes pet! Yes kids!" 이게 핵심 정보다.
들어서는 순간 내 스타일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옆에 위스키 병들이 줄지어 있다. Maker's Mark, Glenfiddich. 장식인 줄 알았다. 이게 메뉴였다는 건 앉고 나서 알았다.

문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한눈에 다 들어왔다. 크지 않은데 아늑하고, 원목 바닥에 책 더미, 여기저기 걸린 소품들. 들어서자마자 내 스타일이었다.
좌석이 많지 않아 처음엔 자리가 없었다. 시장 한 바퀴 돌고 다시 왔더니 마침 자리가 생겼다. 중앙 원형 테이블에 앉았는데, 앉아있는 내내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웨이팅 걸고 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창 너머로 앙상한 나무 가지와 아파트가 보인다. 잔잔한 음악에 몸이 나른해진다. 연신 하품이 나왔다. 분위기 탓이다.
노트북 펼쳐놓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꽤 됐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콘센트도 곳곳에 있으니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이다. 우리 셋은 중앙 원형 테이블에 앉아서 왠지 모를 시선을 느끼며 자꾸 움츠러들었다. 셋 다 I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진 찍으려고 슬쩍 일어섰더니 딸한테 바로 눈으로 욕을 먹었다. "사람 많은 데서 부끄럽게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앉아." 그래서 사진이 많지 않다.
주문 - 커피 대신 깔루아 밀크
히코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는데 원두가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필터커피, 음료, 디저트는 된다고 해서 각자 픽.
와이프는 카파마르카 페루 디카페인, 딸은 핫쵸코와 티라미슈.
나는 핸드드립을 시키려다가 메뉴판에서 "알코올"을 발견했다. 계단의 위스키 병들이 장식이 아니었구나.

한 번도 안 먹어본 깔루아 밀크를 골랐다. 투명 유리잔 아래 깔루아가 검게 깔리고, 위로 우유가 하얗게 얹히고, 시나몬 파우더가 가득. 잘 저어 마시면 우유 고소함에 깔루아 달달함이 섞이고, 알코올 향이 살짝 올라온다. 밀크티랑 비슷한 듯 다르다. 소맥만 말아온 내 인생에 이런 게 있었다니. 아껴 마셨다.
집에서 깔루아 사다가 만들어 마셔도 될 것 같다.

테이블에 디카페인, 핫쵸코, 깔루아 밀크. 디카페인이랑 핫쵸코는 같은 민트색 컵인데 나만 투명 유리잔이다. 알코올 주문하면 컵이 달라지나 보다.

시루떡같은 티라미슈는 코코아 파우더를 두껍게 쌓아서 나왔다. 딸 몫이었다.
히코 - 이 카페의 영업사원

딸이 여기 오자고 했던 이유는 강아지 때문이다. 영흥도 설 연휴 여행에서 고양이역을 다녀온 이후로 "다음엔 강아지 카페 가자"고 했는데, 강아지 카페가 아니라 강아지 "있는" 카페에 데려왔다. 이 차이를 몰랐던 딸, 생각과 다른 분위기에 1차 실망.
히코는 검은 프렌치불도그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손님들한테는 귀신같이 얼굴을 내밀어서 일단 들어오게 만든다. 그런데 들어와서 앉으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간혹 얼굴만 내밀고 사라진다. 도통 우리 쪽으로 오지 않는 강아지에 2차 실망.
근데 생각해보면 히코 입장에서 그냥 자기 공간에서 자기 페이스대로 사는 거다. 억지로 반기는 척 안 하는 것도 나름 솔직하다. 이 카페 분위기랑 잘 맞는다.
총평
요즘 노후 준비를 고민하다 보니 카페에서도 자꾸 사장님 입장이 되는 것 같다. SNS에서 찾아오는 손님은 있는데, 좌석이 많지 않으니 회전율이 관건이겠다 싶었다. 앉아있는 내내 웨이팅이 생기는 걸 보면 나쁘지 않은 장사다.
| 항목 | 내용 |
|---|---|
| 위치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1746-1 2층 |
| 영업시간 | 매일 12:00~22:00 |
| 인스타그램 | @cafe.hik0 |
| 와이파이/콘센트 | 있음 (노트북 작업 가능) |
| 주차 | [확인 필요] |
- 좌석이 많지 않아 웨이팅이 생길 수 있다. 타이밍 잘 맞춰 가자.
- 노트북 작업하기 좋은 환경. 혼자 와서 작업하거나 멍때리거나.
- 다음엔 히코 커피를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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