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문을 여는 집이다. 해장이든 아침이든 점저든 시간을 안 가린다. 봉천역 3번 출구를 지나칠 때마다 눈에 밟히던 봉천설렁탕, 출퇴근 길목에서 몇 달을 눈독만 들이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드디어 들어갔다.
간판부터 믿음직스러웠다. 1992년생.
봉천설렁탕 위치와 주차
봉천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인다. 대형 노란 간판에 파란 차양, 딱 봐도 오래된 집의 아우라가 있다.

우리는 동네라 마을버스로 이동했는데, 가게 앞뒤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 가능 여부는 방문 전 사장님께 문의하는 게 좋겠다.
| 항목 | 정보 |
|---|---|
| 주소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708 (봉천동) |
| 위치 | 봉천역 3번 출구 바로 앞 |
| 영업시간 | 매일 04:00 ~ 02:00 (브레이크타임 02:00 ~ 03:50) |
| 전화 | 0507-1484-8253 |
| 주차 | 가게 앞·뒤 주차장 (문의 권장) |
봉천설렁탕 내부 — 깔끔하고 여유롭다
브레이크타임이 막 끝난 시간이라 자리가 넉넉했다. 나무 테이블과 등받이 의자, 높은 천장. 프랜차이즈처럼 매뉴얼화된 느낌은 없고 오래된 단골집 같은 분위기다.

봉천설렁탕 메뉴와 가격

메뉴판 한쪽에 SINCE 1992가 박혀 있다. 30년이 넘었다. 믿음직스러운 간판의 이유가 있었다.
| 메뉴 | 가격 |
|---|---|
| 설렁탕 | 10,000원 |
| 설렁탕(특) | 13,000원 |
| 얼큰소고기국밥 | 11,000원 |
| 소머리곰탕 | 13,000원 |
| 얼큰소머리곰탕 | 15,000원 |
| 갈비탕(특) | 21,000원 |
| 도가니탕 | 18,000원 |
| 꼬리곰탕 | 25,000원 |
| 왕만두 | 9,000원 |
| 냉면 | 10,000원 |
1인 1메뉴 원칙. 모든 탕은 뚝배기로 나온다.
우리 셋의 주문은 얼큰소고기국밥(나), 설렁탕(딸), 소머리곰탕(아내), 왕만두 추가. 언제나처럼 잘 먹는 식구들.
봉천설렁탕 파 대접과 김치·깍두기
탕이 나오기 전, 먼저 세팅되는 것들이 있다.

파를 대접째로 가져다준다. 파 특유의 매운맛과 아삭함, 그 달달함까지 좋아하는 나한테는 이것만으로도 합격이다.

김치와 깍두기는 큰 통에 수북이 담겨 나온다. 먹을 만큼 잘라서 먹는 국밥집 방식이다. 아내와 딸은 배추김치 단단한 부분을 먹겠다고 경쟁을 하고, 나는 잎을 선호한다. 2:1 싸움. 결국 잎만 남았다. 근데 그게 네 번이었다.
얼큰소고기국밥 — 외투를 벗게 만드는 맛

딸 설렁탕, 아내 소머리곰탕 다 나온 다음 내 차례. 하얀 뚝배기 둘 사이에서 혼자 붉게 팔팔 끓고 있었다.

한 숟갈 뜨자마자 "아, 매운데?"가 바로 나왔다.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니다. 처음엔 묵직하게 들어오고, 그게 뭉근하게 입안에서 계속 남는 그런 매운맛이다. 땀이 송글솔글 맺히기 시작했고 외투를 벗었다.
메뉴판의 "얼큰" 표시를 그냥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취향껏 조절할 수 있지만,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충분했다.

밥 안 말아 먹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 밥 한 공기를 통째로 풀었다.
설렁탕과 소머리곰탕 — 같은 육수, 다른 고기

아내는 하얀 국물이 먹고 싶어 소머리곰탕, 딸은 설렁탕. 둘 다 떠먹어보니 국물맛 차이가 거의 없다. 같은 육수에 들어가는 고기만 다른 것 같다. 설렁탕엔 고기와 국수, 소머리곰탕엔 머릿고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머리곰탕에 파를 잔뜩 넣고 밥을 말면 누가 나좀 말려줘요. 뺏어 먹고 싶다.


설렁탕 국물도 역시 뽀얗고 진한데 느끼하지 않다. 간은 세지 않아서 소금·후추로 입맛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멀겋게 국물만 있어 보이는데, 한 숟갈 뜨면 저며진 고기가 걸린다. 국수도 함께. 낚시하는 재미가 있네.

밥을 말고 국물이 밥알에 자작하게 흡수된 후 깍두기 얹어 먹으면 누가 나좀 말려줘요. 뺏어 먹고 싶다.
봉천설렁탕 왕만두 — 5알에 9,000원, 물가가 무섭다

큼직하고 얇은 피에 속이 꽉 차 있었다.

설렁탕 국물에 만두 하나를 슬쩍 담가놨다. 따뜻하게 불려 먹을 요량이었는데, 딸이 먼저 홀라당 먹어버렸다. 5알에 9,000원. 물가보다 딸이 더 무서웠다.
봉천설렁탕 총평

기본에 충실한 맛. 근데 그냥 충실한 게 아니라 매우, 너무, 완전 충실하다. 근본이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봉천역 앞자리를 지킨 이유가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런 근본 맛집을 동네에서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관악구 쪽에서는 왕십리곱창처럼 오픈런이 필요한 집도 있고, 어시장활어회처럼 매장에서 처음 먹어보는 집도 있고, 숭실대입구역 코코스 치킨랩처럼 지나치기만 하다 드디어 간 집도 있는데, 봉천설렁탕은 그냥 편하게 동네에서 뚝배기 하나 비울 수 있는 집이다.
다음엔 도가니탕과 갈비탕을 먹어봐야겠다.